[목포맛집/해양대 근처] 목포대교 보며 전통주와 함께 즐기는 <제종주담>
다들 목포 오면 맛있게 잘 먹고 간다 그러는데 정작 목포사람인 저는 "엄청 맛있다!"의 기준을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. 일단 목포는 어딜 가든 기본 평타 이상은 치는 편...이라고 생각하긴 합니다.
오랜만에 서울에서 내려오는 친구들과 어딜 가면 잘 갔다고 소문날까 고민하던 중, 전부터 신경쓰였던 가게가 생각나서 여길 가보자고 추천하고 친구들도 흔쾌히 오케이를 외쳤죠. 여기가 목포에서도 꽤 외곽이어서 차 없으면 가기가 좀 힘들고(버스가 오긴 하지만 많지 않아요) 가게 자체도 일주일 중 나흘동안만 운영하는 곳이라서. 혹시 몰라 미리 전화로 예약해서 갔어요.
<제종주담>
전남 목포시 해양대학로 59 3층 1호(죽교동)
영업시간 : 오후 5시 ~ 오후 10시(라스트오더 오후 9시/ 목,금,토,일 만 운영)
건물 3층에 도착하시면 우드색으로 되어 있는 문을 잘 보세요. 저랑 친구들도 처음 도착했을 때 바로 옆에 있는 식당이랑 헷갈려서 잘못 들어갈 뻔했거든요ㅋㅋㅋ 그 입구를 찍었어야 됐는데 들어가는데 정신 팔려서 못 찍었어요...
안으로 들어가면 생각보다 꽤 넓어요. 한쪽 면에 펼쳐져 있는 주류와 잔 잠시 찰칵. 물론 술은 이것뿐만이 아니에요.
또 다른 곳에 있는 주류코너.
목포대교 근처 바닷가이다 보니 당연히 창가쪽 자리가 좋을 것 같아서 미리 전화로 예약할 때 창가자리로 부탁드렸는데, 이렇게 좋은 자리로 주셨어요. 친구들이랑 신나서 사진 찍느라 무척 즐거웠네요(ㅋㅋㅋ
저녁이라 더 분위기 있고. 이 경치로 이미 50% 먹고 들어갔습니다.
자리에 앉으면 직원분이 패드를 가져다 주세요. 주문은 요걸로 하면 됩니다. 사실 코스(1인 4만 원) 궁금하긴 했는데 예전에 비해 위장이 작아져서 코스 시키기 좀 겁이 나는 거예요. 기껏 주문했는데 남기는 것도 싫고 해서 3명이서 왔으니 메뉴 3개 주문! 해서 시켰습니다. 아, 여기 테이블당 주류 필수주문이라 술도 꼭 주문하셔야 해요. 논알콜주류도 있으니 차 가져오신 분들 걱정 붙들어 매시구요.
일단 요리 주문하고 술을 뭘로 마실까 고민이 되시는 분들을 위한 코너!
한쪽에 전통주를 좌르륵 진열해 놓고 손님이 요청하면 시음할 수 있게 도와주시더라구요. 친절하게도 술 앞에 주류명과 도수, 짤막한 설명을 곁들여 놓으셔서 그냥 구경만 해도 너무 좋았어요. 하지만 시음도 해봐야겠죠? 시음은 한 병당 딱 한잔씩(한 명이 아니라 한 테이블 기준)만 가능한 것 같더라구요. 어차피 요리와 함께 마실 술을 고르려 한 거라 그 정도면 충분했죠.
이것저것 마셔봤는데 다 좋더라구요. 하지만 요리에 어울릴 것 같은 술을 골라야 했으므로 딱 하나를 골랐습니다. 요리 나오기 전에 깜짝 이벤트 즐긴 기분이었어요.
(두 번째 사진 맨 앞에 설명이 뒤집어져 있는 술은 샘플이 다 떨어졌다는 걸 표시하려고 저렇게 해 놓은 것 같았어요)
이건 보자마자 친구들이랑 빵 터져서 따로 찍은 술이에요. 이름 : >>>건물주<<<
술병 디자인도 그렇고 너무 재밌지 않나요. 도수가 22도라 22층이라고 표시한 것도 귀여웠고.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이 술맛 궁금하네요... 나중에 또 가게 되면 한번 마셔볼까.
심사숙고(?)해서 고른게 바로 이술입니다. 메밀꽃 제주!
도수는 16도이고 목넘김이 부드러워서 요리랑 함께 마시기 좋겠더라구요. 전통주 좋아요...
본 요리가 나오기 전 가볍게 먹으라고 나온 미역스프입니다. 고소해요 맛있어요 솔직히 요리 주문한 것만 아니었음 스프만 몇 번 더 먹고 싶을 정도로(스프를 아주 좋아함).
아귀볼 가라아게와 제철회 묵은지롤.
순살아귀를 가라아게로 만든건데 전 사실 좀 느끼할 줄 알았어요. 왜냐면 예전에 다른 곳에서 먹은 아귀 가라아게가 좀 느끼했었기 때문에 선입견이 있었죠. 근데 막상 먹어보니 안 느끼하고 맛있는 거예요. 저 쪽파 듬뿍 들어간 소스가 한몫한 것 같아요. 안에 아귀살도 부드럽고 튀김옷도 바삭한데 딱딱한 바삭이 아니라 부드러운 바삭함?이라 좀 신기했던 것 같아요. 튀김옷의 저 동글동글한 부분이 쌀강정 생각나게 하고 그랬네요.
제철회 묵은지롤은 꽤... 커요. 한입에 다 넣으면 먹는동안 말을 할 수 없게 됩니다(ㅋㅋㅋ). 그리고 이거 생각보다 묵은지맛이 세요. 그래서 이걸 통째로 다 먹기보다는 묵은지를 어느 정도 해체해서 양 조절을 한 후 드시는 걸 추천드려요. 그럼 딱 알맞게 맛있거든요. 제철회는 광어 지느러미살 같았는데 확신이 안 서네요. 식감은 딱 그거긴 했는데... 아무튼 맛있었어요.
좀 재밌었던게 친구들도 저도 요리 나오기 전까지는 양이 적을 거라 생각했거든요? 막상 나온 거 보니 생각보다 양이 많은 거예요. 친구 중 한 명이 이거 서울이었으면 이 가격에 이 양 절대 안 나온다고 목포 인심을 찬양(?)했어요ㅋㅋㅋ
갈치 칼비빔. 곱창 김으로 만든 김 페스토로 버무린 칼국수 위에 순살갈치구이가 곁들여진 요리예요.
갈치구이만 조금 먹어봤을 때 잘 구워졌지만 좀 심심한 거 보고 칼비빔이랑 먹으면 딱 좋게끔 만들어놨구나 했는데 역시나인 거예요. 칼비빔이랑 갈치랑 함께 먹으니 입 안에서 조화로움이 팡팡. 평소에 맛보기 힘든 고소함인데 진짜 맛있었어요.
술도 식사도 너무 맛있게 해서 다 먹고 난 후로 이대로 가기 조금 아쉬운 거예요. 그래서 진짜 마지막으로 주문한 한우 들깨 미역국밥.
이거 정말 시키길 잘했습니다. 역시 마지막은 국물과 밥이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? 저 원래 밖에서 미역국 잘 안 먹는데(싫어하는 건 아님) 이 미역국 정말 맛있었어요. 한우도 큼지막하게 들어가 있고 국물도 좋고... 함께 나온 열무김치도 아주 맛있더군요.
진짜 찐 마지막으로 디저트. 모나카 위에 아이스크림. 달다구리로 입가심하면서 즐거운 식사를 마무리했습니다.
친구들도 엄청 만족한 듯했고 저도 맛있고 좋은 시간 보냈네요.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그때야말로 코스요리... 도전해볼까봐요.